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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반

(재난) 헬리오스 522 항공기 참사

by 무샘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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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4일, 키프로스 라나카 공항을 출발하여 체코 프라하로 향하던 키프로스의 항공사 헬리오스 항공 522편(보잉 737)이 그리스 아테네 야산에 추락하여 탑승객 121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그리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키프로스에서 전도유망하던 헬리오스 항공은 이듬해인 2006년에 폐업하였다. 사고기는 키프로스에서 제일 이용객이 많은 라르나카 국제공항을 출발해 아테네를 거쳐 프라하로 갈 예정이었다. 사고 원인은 여압장치의 설정을 '자동'으로 설정하지 않아 기체의 기압이 떨어져 조종사를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비행 중에 실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장은 독일인 한스-위르겐 메르텐(58세), 부기장은 팜포스 하랄람부스(51세)로 522편은 오전 9시에 승객과 승무원 121명을 태우고 라르나카를 출발했다. 승객은 대략 키프로스인 9 : 그리스인 1의 비율이었으며 승무원은 키프로스인 4명, 독일인 1명, 그리스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륙한지 몇 분 후 상승하던 사고기가 고도 12,000ft에 이르자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다. 조종사들은 이 경고음의 원인을 찾지 못해 지상의 항공사 운영본부에 문의했다. 조종실에서 경고음의 원인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 동안 사고기는 계속 상승하였다. 승객들은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고도 26,000ft를 넘어섰을 때 좌석위에 있던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다. 그러나 조종실에서는 객실에 산소 마스크가 내려온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전히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환기장치 냉각팬의 경고등이 켜졌다. 조종사들은 지상 운영 본부와 연락하면서 장비 과열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조종사들도 산소 부족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지상 운용 본부에서는 조종사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얼마 후 냉각 경고등이 꺼졌지만 경고음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지상 운영 본부는 여압장치가 자동으로 되어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산소부족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조종사들은 이 질문을 무시하고 냉각장치 회로 차단기가 어디있냐며 지상 운영 본부에 되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통신이 두절되었다. 이륙한지 30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종사들의 실신에도 불구하고 자동운항 시스템 덕분에 비행기는 비행을 계속하여 10시 30분 경 경유지인 아테네 상공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고기는 관제소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은 채 아테네 공항 상공을 30분째 선회만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리스 항공 당국은 항공기 납치로 의심하고 그리스 공군 소속 F-16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다. 발진한 F-16 전투기 2대는 522편 옆에 바짝 붙어서 객실 안을 보았는데, 산소 마스크가 내려와 있고, 승객들은 마스크를 썼지만 전부 실신해있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관제사는 전투기 1대를 522편 전방으로 보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하게 했다. 전투기가 조종실이 있는 기수쪽으로 다가서서 확인해보았더니 조종실에 기장석은 비어 있었고 부기장은 자기 자리에서 기절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웬 남자 1명이 조종실에 들어와 조종간을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 남자는 아래로 내려간다는 손짓을 전투기쪽에 보여준 후 엔진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그대로 522편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리스 시간 오후 12시 4분경, 아테네 근처 그라마티코 언덕(Grammatiko)에 헬리오스 522편은 추락하고 말았다.

사고원인

조사팀이 모두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아 나섰고 조종석에 설치되는 패널의 일부분을 발견했다. 조사관들이 발견한 패널의 부분은 기내 여압 조절 스위치였다. 평소에는 이 스위치가 자동(Auto)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데 사고기는 수동(Manual)에 맞춰져 있었다. 이것이 사고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이 스위치가 수동에 맞춰져 있었던 이유는 아침에 기체를 정비하던 정비사가 이걸 수동으로 맞춰서 여압 테스트를 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다시 스위치를 자동으로 돌려놓는 것을 잊어버리고 돌려놓지 않은 것이었다

조종사들이 어떻게 하면 실신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사고기와 똑같은 기종의 여객기를 다른 항공사에서 빌려와서 실험을 하였다. 실제로 이륙 직후 여압 조절을 수동으로 돌리고 고도 3,000m를 넘어가니 경고음이 울렸다. 그리고 고도 7,000m를 넘기자 산소부족으로 승객들이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고기와 똑같은 보잉 737-300에는 승객석에만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왔다. 정작 중요한 조종석에는 산소 마스크가 자동으로 나오는 장치가 없었다. 조종사들은 지상지원팀이 말했던 여압장치 패널을 끝내 발견해내지 못하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승객들이 실신한 이유는 산소 마스크의 산소 분량이 12분을 버틸 수 있는 양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발생시 조종사가 최대한 빨리 강하하여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2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이었다.

의문의 사나이

전투기 조종사들은 조종석에 한 남자가 들어와 기장석에 앉아서 비행기를 조종하려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는 승무원 안드레아스 프로드로무(Andreas Prodromou)였다. 프로드로무는 기내 감압 이후 1차적으로 여분의 산소 마스크에 의지하다가 이후 승무원용 캐비넷에 설치되어 있던 비상용 산소 탱크 4개로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스쿠버다이버 경력이 있는데다가 키프로스 특수부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산소부족 상태에서도 의식을 오랫동안 유지할수 있었다. 프로드로무는 조종사 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헬리오스 항공 522편과 같은 B737에 대한 대형면허는 없었다. 프로드로무는 조종석에서 교신을 시도했으나 주파수가 이륙할 때 공항인 키프러스 라르나카 공항에 맞춰져 있어 아테네 관제소 등과 교신할 수 없었다. 결국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지면서 전투기에게 내려간다는 수신호 만 남기고 사고기는 추락했다.

1차적으로 정비사의 실수가 문제였고, 2차적으로는 조종사들이 지상 정비사의 이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여압장치가 자동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만 했다면 막을수 있는 참사였다. 사고는 반복된다. 왜냐하면 사고를 통해 배울수 있는 학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7일 제주항공 107편과 2015년 12월 23일 제주항공 101편에서 유사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항공기 조종사들은 비행 전, 시동 후, 이륙 후, 체크 리스트에 기내 여압장치 설정 확인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비행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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